마침표 하나
이삭줍기 2019-12-27 17:04:25
마침표 하나 / 황규관

어쩌면 우리는!
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.
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!
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 작은 마침표 하나다.

그렇지,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!
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, 또 울었을까!
소멸이 아니라, 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!

비문도, 미문도 결국 한 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,


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 마침표 하나!
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.

황규관 시인은 이 시가 이대흠 시인의 <마침표를 먼저 찍다>를 읽고 마음이 동(움직임)하여 주차장 차단기 정비업체 작업실에서 썼다고 했다.(시인의 페북에서)

마침표를 먼저 찍다 / 이대흠

세상살이의 시작이 막장이고 보니,

난 어쩜 마침표를 먼저 찍은 문장 아닌지!

막장은, 마침표는 이전의 것을 보여주는 구멍이다.

그 캄캄한 공사장의 먼지, 이 무수한 마침표를 통해 본다.

오래된 짐승의 알처럼 둥근 마침표!

내 생의 처음이었던 어머니, 그 마침표!

그녀의 검은 눈동자!

한 세상의 아픔이 그득하여 그녀의 눈빛은 맑다.

파이프 메고 어두운 계단을 오르며 난간에만 빛이 웅성거림을 본다.

난간에 버려진 저 작은 쇳조각, 깨어진 돌멩이가 결국 하나의 사상임을 너무 늦게 알았다.

어두운 곳이라 난간이 길이다.

난간을 걷는 나의 生!

언제든 죽을 수 있으므로 고개 숙이지 않으리!

무겁다, 무거운 것들이 적어 세상은 무거워졌다.

대부분 이 짐을 지지 않는다.

마침표를 찍자 여기부터가 시작이다.



출처 : 마침표 하나 / 황규관, 작성자 : 흙장난.